[자유게시판]

주여 당신 종이

원모래알 2010. 10. 2. 20:53

가톨릭 성가 218번, "주여 당신 종이 여기"는

이분매 작사, 이종철 작곡의 성가인데 두 분은 오누이 사이입니다.

이종철 신부님이 이 곡을 작곡하신 내용은 놀랍습니다.

다음의 내용은 어느 카페에서 따온 글 입니다.

 

1972년 여동생의 수녀원 입회 때,

저 못난 동생을 잘 보살펴 달라는 오빠로서의 뜨거운 기도를 담은 노래이다.

(현재 서울 포교 베네딕또회 소속 이분매 베난시아 수녀)

 

그 때 나는 스무일곱의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이었고,

평소에 동생의 수녀원 입회를 극구반대하고 만류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내일 아침 수녀원에 입회하러 가요." 하는 청천병력같은 동생의 말을 듣고

더 이상 만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는 오빠로서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저렇게 못생긴 수녀를 누가 따를 것이요, 저렇게 건강이 나쁜 아이가

그 어려운 수도의 길을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싶어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걱정은 곧 기도로 바뀌었다.

 "주님, 주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라며 동생 방에 앉아 하염없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신학교에서 쫓겨나 있었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혈압으로 쓰러지셨다가 세상을 떠났다.

"주님, 한 놈은 신부가 되겠다고 기를 썼으나 쫓겨났고,

한 년은 저렇게 허약하고 못났는데도 수녀가 되겠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 입니까."

 

어느새 나는 울먹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책상 아래 휴지통에 시선이 갔다.

깨알같은 글씨의 종이 쪽지들이 찢겨져 있었다.

곧 불에 태워버릴 일기장이었다. 쪽지 몇개를 꺼내 보았다. "주여 당신 종이 여기 왔나이다".

 

그날 밤, 나는 즉시 그 쪽지들을 펴 놓고 곡을 만들었고

다음 날 아침 떠나는 동생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한달 뒤 수녀원에서 편지가 왔다.

"오빠, 오빠가 만들어준 노래를 부르며 울었습니다.

그 다음 날에는 동료 입회자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고,

그 다음 주일 날에는 모든 수녀님들이 울먹이며 이 노래를 미사 봉헌 때 불렀습니다.

 

이 성가기도 덕분인지 동생은 쫓겨나기는커녕

제일 못난 아이가 우리 형제 중 제일 똑똑이로 변하였고,

제일 병약하던 아이가 우리 중 제일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버려진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라는 성서 말씀이 항상 잊혀지지 않습니다.

 

- 이종철(베난시오) 신부님의 작품(곡)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