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불편한 진실-빈무덤

원모래알 2012. 4. 9. 18:26

 

머리카락 휘날리며 달려가는 이 두 사람은 사도 베드로와 요한이다.  이들은 그해의 대사제인 카야파가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낫다"(요한11:50)며 백성들을 선동하여 거짓 증언으로 죄를 뒤집어 씌워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한 예수가,  그렇게 허망하게 죽는 예수를 보며 이제는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절망하며 두려움에 떨다가 죽은 예수가 살아났다는 믿지 못할 말을 듣고 그 사실을 확인하려 무덤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확인한 것은 빈무덤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것은 기득권을 가진 권력자들이, 자신들만이 올바른 신앙을 가진 양, 신의 뜻을 왜곡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던 어둠의 세력인 바리사이들이, 그렇게 죽여서 묻어버리고 싶었던 예수가 살아났다는 말이다. 기득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십자가에 못박혀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악의 승리로 끝난 것 같은 절망의 끝에서 그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것이다.

 

전대미문의 이 부활사건의 의미는 당신을 박해하던 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며 바보같이 살았던 예수의 삶이 전적으로 옮았음을 하느님께서 증명해 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우리도 예수처럼 그렇게 바보처럼 살기를 바라는 새로운 삶으로의 초대이다.   이 초대에 응답하는 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그 어둠의 세력들은 오늘날에도 교묘하게 모습을 바꾸어 그렇게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하겠다.  이제 그날이 곧 다가온다. 우리도 베드로와 요한처럼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서 그들이 죽여서 묻어버린 양심과 도덕, 사랑과 평화를 되살려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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